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 CD열전 #10. 김경회 CD 인터뷰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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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정현종, ‘방문객’ 중

서울 도심에 위치한 대형서점 외곽에 걸린 이 시구는 오가는 시민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 주었습니다. 긴 하루 동안 수없이 만나는 얼굴들, 스쳐 지나가는 사람 하나 하나가 사실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은 작은 우주라는 사실은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오늘 만나는 CD열전 열 번째 주인공 HS애드 김경회 CD는 이토록 귀중한 한 사람의 일생을 담아 내는 광고의 가치를 전해줍니다.


소년의 마음을 사로잡은 호기심과 열정

HS애드 김경회 CD가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고등학생 때입니다. 우리나라 1세대 카피라이터인 이만재 선생의 책을 접하고, 그 속에 담긴 광고인의 일상을 접하며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에 호기심을 느꼈다는 김경회 CD.


“책을 읽으면서 막연하게나마 ‘나도 카피라이터가 되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렇지만 본격적으로 광고를 전공하거나 광고인으로서 사회 진출 준비를 한 것은 아니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무렵, 막연한 꿈이 구체화되더군요. 일을 해야 한다면 재미있고 즐거운 일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다시 한 번 ‘카피라이터, 어때?’라는 생각이 들었고 주저 없이 광고회사에 지원하게 됐죠.”

김경회 CD는 초보 카피라이터 시절, 열정과 호기심을 가지고 좌충우돌하며 광고를 배워 나갔다고 합니다. 열정도 많고, 도전의식도 넘쳤던 시절.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 김경회 CD는 2010년 HS애드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HS애드 하면 많은 광고인들이 선망하는 회사, 크리에이티브한 장점이 있는 회사인데요. 저 또한 HS애드에 몸담으면서 우리 회사가 가진 장점이 어떤 것인지 직접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장점에 더해서 또 한 가지, HS애드는 사람들이 참 좋은 조직이란 생각도 합니다. 사실 좋은 팀워크와 크리에이티브는 서로 시너지를 내는 관계이기도 하죠. 좋은 관계가 좋은 광고를 만드니까요.”

김경회 CD의 이야기입니다.


광고를 통해 나의 삶과 당신의 삶이 소통하다

2012년 CD가 되어 한 팀을 이끌게 된 김경회 CD. 카피라이터로서 팀의 일원으로 일할 때와 CD로 팀을 이끄는 자리에서 일할 때의 마음가짐은 여러모로 다르다고 말합니다.


“팀원 입장에서는 ‘원 오브 뎀(one of them)’이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CD는 또 다른 입장이 있더라구요. 특히 팀원들과 어려운 숙제를 풀어야 할 때는 마음이 많이 힘듭니다. 저도 팀의 일원으로 일해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자원과 시간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람이 애를 써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무리라는 것을 알지만 팀원들에게 요구해야 할 때 리더로서 미안할 따름이지요. 다행히 저는 팀원 복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희 팀 모든 멤버들은 저보다 더 상황을 잘 이해하고 먼저 나서서 일을 해치워 나가는 친구들입니다. 그래서 항상 고맙고, 미안하고 그래요.”

김경회 CD에게 모두가 함께 이룬 소중한 성과의 대표적 사례를 물어보았습니다. 김 CD가 주저 없이 선뜻 소개한 캠페인은 바로 LG V30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비디오 캠페인입니다. 우주선 아폴로 13호의 선장으로 4회의 우주여행, 2회의 달 착륙 성공에도 불구하고 정작 달 표면을 밟아보지는 못했던 90세 우주인 짐 러벨, 그리고 우주 보안관의 꿈을 품고 나사(NASA)에 지원 편지를 보냈으나 불합격한 9세 어린이 잭 데이비스가 주인공으로 나와 크나큰 감동을 주었던 온라인 캠페인이죠.

▲LG V30 VR 캠페인 제작기 함께 보기 (바로가기)


“LG V30 VR 캠페인은 약 1년 간의 시간에 걸쳐 만들어졌습니다. 이번 캠페인의 주인공인 아흔 살의 전직 우주비행사 짐 러벨과 아홉 살 소년 잭 데이비스를 찾기까지도 지난한 시간이 걸렸고, 그들과 함께 VR 캠페인 비디오를 완성하기까지도 참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요.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가고 기억에 남는 캠페인입니다.”


▲LG V30: VR Video – Jim Lovell (출처 : LG Mobile Global 유튜브)

‘이루지 못한 꿈을 VR을 통해 이룬다’는 주제로 진행된 LG V30 VR 캠페인. 김경회 CD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팩트가 있는 스토리이기 때문에 작위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최대한 관찰자의 입장에서 제작했습니다. 의도된 대사와 단어를 지양하고 주인공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 노력했어요. 캠페인에 출연한 분들이 진심으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순수하게 VR을 경험하는 모습을 담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또한 김경회 CD는 이번 캠페인을 제작하면서 마음 깊이 느낀 점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캠페인 제작이 결정되면서부터 1년 여의 시간을 거쳐 론칭을 하기까지 참으로 여러 가지 일을 겪었습니다. 우리들의 삶이 그러하듯 광고를 만들 때도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하곤 해요. 제작 기간 동안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었고, 순발력을 발휘해 불과 몇 시간 만에 계획을 수정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그런 사건들이 결국 팀의 역량을 높이는 도전이자 과제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LG V30: VR Video – Jack Davis (출처 : LG Mobile Global 유튜브)

LG V30 VR을 체험하며 ‘가지 못한 길’, ‘살아보지 못한 삶’을 경험한 캠페인의 주인공들.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 내며 김경회 CD가 생각한 것은 ‘사람, 그리고 소통’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삶을 영상으로 담으며 저 또한 저의 삶,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소통이 가진 의미를 다시금 되새겼지요. 그 어떤 광고도 혼자서 만들 수 없습니다. 광고주와 제작팀이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 주고 협력할 때 좋은 광고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광고인으로서 가장 짜릿한 순간 중 하나는 우리가 준비해 간 아이디어에 광고주가 ‘꽂혀서’ 공감을 표할 때인데요. 이렇게 광고주와 성공적 소통이 이루어지면서 만들어 낸 좋은 결과물이 바로 이번 LG V30 VR 캠페인이 아닌가 합니다.”

김경회 CD는 광고를 ‘소통의 행위’로 정의했습니다.

“모든 것에 앞서 광고는 기본적으로 소통의 행위입니다. 서로의 삶이 가진 경험과 이야기를 공유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 접점을 찾는 과정이죠. 먼 나라 미국의 아흔 살 노인 짐 러벨의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이 과정을 ‘소통’이 아니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어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어 내어 스스로 기록하는 행위

김경회 CD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어 내는 것’이 광고를 만드는 첫 걸음이라고 말합니다.

“광고란 다수의 재미난 생각을 읽어내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다수가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것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죠. 공통의 생각을 도출해 내는 과정을 통해 많은 이의 공감을 받을 수 있는 광고가 탄생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서점에 자주 가요. ‘이 주의 추천 도서’에 진열된 책의 제목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동시대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포털 사이트의 댓글이나 커뮤니티 댓글도 눈 여겨 봅니다. 날 것의 의견,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시각을 인터넷 글에서 발견하곤 해요. 물론 거친 의견이 많지만 옥석을 가려내어 보는 글들은 고정관념이라는 틀 안에 갇히곤 하는 제 자신에게 조금 다른 생각을 갖게 해 주기도 합니다.”


인터넷, 책 등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많은 대상을 통해 ‘꽂히는’ 말과 생각들을 길어 올리는 김경회 CD. 김 CD가 그것을 ‘자기화’하는 과정은 다름 아닌 무수한 메모인데요.

“인상적인 문구나 장면, 단어 등을 메모하는 것은 광고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습관이겠죠. 요즘은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손쉽게 메모나 사진을 남기곤 합니다만 저는 가급적 종이 메모지에 펜으로 직접 글씨를 써서 메모를 기록합니다. 저는 손으로 기록할 때 더 오래 기억하게 되더군요. 그렇게 쌓아 둔 메모가 어느 순간 새롭게 발견될 때가 있습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했나’, ‘그래, 이런 문장을 읽은 적이 있지’ 하면서 메모를 훑어보는 동안 다시금 영감이 샘솟습니다.”

김경회 CD는 최근 LG의 인공지능 브랜드 ‘ThinQ(씽큐)’ 캠페인을 진행하며, 기술의 진보와, 그에 따른 우리 삶의 변화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합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기술의 발전을 통해 어떤 것이 좋아집니다, 이렇게 편해집니다, 라고 인포메이션을 전하는 광고는 오래 가는 울림을 주기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설명보다 공감을 주며 긴 호흡으로 의미를 축적하는 광고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렇게 접근하다 보니 어쩌면 변하지 않는 가치는 가장 단순한 아날로그적 성취에 있을 거란 생각도 듭니다. 예컨대 인공지능 기술로 인터넷 쇼핑이 간단해지고 출퇴근이 수월해졌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니라, 간단해진 인터넷 쇼핑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기쁘게 해 주고 수월해진 출퇴근 덕분에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겁니다.”


김경회 CD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직장인이 아닌 광고인으로 살고픈’ 자신의 목표를 밝혔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목숨 걸고 일하라’고 말하는 건 참 무색하게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저는 스스로에게 달랑달랑 가방 들고 회사 왔다갔다 하는 직장인은 되지 말자고 해요. 직장인이 아니라 광고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삶, 그리고 브랜드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들여다보는 광고인으로 살고 싶습니다. 우여곡절을 딛고 성공적으로 캠페인을 론칭했을 때의 보람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소비자의 좋은 반응, 광고주의 호응, 그로 인한 브랜드 가치 상승… 단순한 목표이지만, 동시에 참으로 이루기 어려운 목표에 꾸준히 도전하는 사람이었으면 해요.”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는 앞서 적은 유명한 구절 뒤에 이런 구절로 마무리됩니다.

‘…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마음,/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HS애드 김경회 CD는 광고라는 대상을 향해 자신의 인생을 걸고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습니다. 아울러 광고를 통해 만난 다른 사람의 인생을 두고 ‘마음을 더듬어 보는 바람’을 흉내 내어 환대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가 만든 광고를 보면서 ‘맞아, 내 얘기야!’ 공감하기도 하고, 짧지만 깊은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서로의 삶이 교차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 자리, 김경회 CD와 동료들이 만든 광고가 오롯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