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방향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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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야가 고도로 발전하면 꼭 깊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 옵니다.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

A.I를 비롯한 수많은 기술들이 가파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타계한 스티븐 호킹은  SF영화 내용과 같은 주장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외계에 또 다른 지적 존재가 지구를 발견하는 순간,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함으로써 인디언에게 가한 충격보다 더 심각한 충격을 초래할 거라는 것. A.I가 인류의 지능을 능가하는 순간 인류의 멸망이 올 거라는 것. 지구 온난화가 지구 멸망에 큰 부분을 차지할 거라는 것. 

모든 것이 ‘철학적인 고민’을 해야 바른 방향으로 향하겠지만, 특히 ‘과학 기술’은 발전 속도와 비례해 철학도 함께 깊어져야 한다는 의미의 표현 아닐까요. A.I는 지금 분명 가장 신선한 과학 기술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기술들이 앞다투어 발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쓰고 적용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으면 어떤 방향으로 향할지는 아무도 모를 일. 다행히 누군가는 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IoT와 AR을 아름답게 쓰는 방법

남미의 독립 대행사 Top 5에 드는 The Electric Factory. 그들은 많은 고민을 한 듯합니다. 첨단의 기술로 인간의 오래된 습관을 가장 아름답게 만들었으니.

전세계 많은 엄마들은 아이가 잠들기 전 동화책을 읽어줍니다. 아이들은 엄마가 읽어주는 책으로 동심을 꿈꾸기도 하고, 상상의 세계를 펼치기도 하며 평화롭게 잠 듭니다. 반면 요즘 기술들은 ‘바쁜 엄마’를 해방시키기 위해 많은 시청각 교육 자료들을 쏟아내죠. 엄마가 굳이 직접 읽어주지 않아도 동화책을 접하는 방법은 매우 많습니다. 하지만 일렉트릭 팩토리는 엄마를 ‘대체’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과정을 더 신비롭게 만들었습니다.


▲일렉트릭 팩토리, ‘Read to me project’ (출처 : 일렉트릭 팩토리 비메오)

방법은 IoT로 연결되는 램프입니다. 엄마가 책을 읽으면 그 소리를 분석해 벽면에 해당 장면을 프로젝션으로 쏘는 거죠. 엄마가 천천히 읽으면 화면도 천천히 넘어가고, 빨리 읽으면 이야기도 빨리 전개됩니다. 이야기는 철저하게 엄마의 읽는 ‘소리’를 따라갑니다. 출판사와 엄마는 앱으로 연결됩니다. 앱을 통해 이야기를 다운 받고 램프와 연결시키면 램프는 엄마의 읽는 속도에 맞춰 움직이는 프로젝션이 되는 거죠. 아이는 엄마의 목소리뿐 아니라 아름다운 그림으로 더 아름다운 꿈나라로 빠져들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3월 중순에 개최된 2018 SXSW interactive innovation awards에서 ‘Innovation in Connecting People’부문 상을 수상했습니다. 특이점은 이 아이디어는 클라이언트가 요구한 것도, 클라이언트가 후원한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일렉트릭 팩토리는 ‘에너지’가 자신들을 움직이는 동력이며, 삶과 일에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합니다. 자신들을 상상력과 호기심에 스파크를 일으키는 전기라고 칭합니다. 대행사지만 사람들이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첨단 기술을 쓰고 제품까지 개발하는 실행력. 아이디어부터 사람들까지 모두가 놀랍습니다.


뮤직 스트리밍을 스마트하게 쓰는 방법

뮤직 스트리밍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그 메시지가 정부에 의해 검열되고 차단된 것이라면, 안전하게 전달될 수 있을까요?

여전히 몇몇 나라는 정부 검열이 엄격해 많은 기사들과 진실이 왜곡되거나 숨겨집니다. 갈수록 사이버 저널에 대한 규제 또한 점점 더 심해지고 있죠. 기자들이 아무리 열심히 기사를 써도 게재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람들에게 기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요? 독일의 ‘국경 없는 기자들’은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를 쓰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기사는 검열되지만 음악은 검열을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경 없는 기자들, ‘Uncensored Playlist' (출처 : 국경 없는 기자들 유튜브)

추방된 중국 기자, 이집트, 태국, 우즈베키스탄의 기자, 베트남의 블로거 5명은 기사를 아닌 가사를 썼습니다. 검열로 게재되지 못했던 10개의 기사를 음악감독에게 넘긴 거죠. 10개의 기사는 10개의 노래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노래들은 무료로 Spotify, Apple music, Deezer 등의 음원사이트에 #truthfindsaway라는 해쉬태그와 함께 올라갔고, 노래가 검열될 경우를 대비해 대안 타이틀 작업까지 모두 마쳤다고 합니다. 이른 바 ‘Uncensored Playlist’입니다. 어디서든 언론의 자유는 지켜져야 한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기에, 검열을 피하기 가장 쉬운 방법으로 싸우기로 한 겁니다. 심각한 전장에서 강력하고 신선한 무기를 찾은 듯합니다. 이들의 생각을 응원하거나 관심이 있다면 uncensoredplaylist.com에 들어가 보세요. 그들의 해쉬태그처럼 진실에는 늘 길이 있나 봅니다.


아이디어를 지나치지 못하게 하는 방법

요즘 아이디어가 가장 넘치는 브랜드는 버거킹인 것 같습니다. 매달 신선하거나 위트 있거나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집행합니다. ‘착한 사마리인의 날’인 3월 13일. 버거킹은 또 한 번 결코 지나칠 수 없는 빛나는 아이디어를 선보였습니다. 


▲버거킹, ‘Good Samaritan Whopper’ (출처 : 버거킹 유튜브)

사람 없는 도로입니다. 길가에 본네트에서 연기가 피어나는 차 한 대가 서 있습니다. 보기에도 뭔가 크게 고장났거나 위험해 보입니다. 차 옆에는 주인인 듯한 젊은 남자가 지나가는 차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죠. 누군가를 돕자는 취지의 ‘착한 사마리아인의 날’이니 설 법도 한데, 몇몇 차들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그냥 지나쳐 버립니다. 하지만 역시 많은 사람들은 도움이 시급해 보이는 차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차에서 내려 연기가 나는 자동차로 다가갑니다. 여기서 버거킹의 재치가 드러납니다. 자동차는 고장난 게 아니었으니까요.

버거킹은 그릴로 패티를 굽는 게 특징입니다. 그렇기에 더 맛있는 햄버거를 먹을 수 있다고 늘 광고하죠. 연기가 나는 본네트는 버거킹의 패티를 굽고 있는 그릴이었던 겁니다. 자동차 엔진에서 연기가 나는 게 아니라, 그릴에서 구워지는 패티에서 나는 연기였던 거죠. 차를 세운 사람들은 황당해 하기도 하고 재미있어 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숨어 있던 버거킹의 ‘킹’이 나타나 왕관을 쓰워주기도 하며 공짜 버거를 선물로 줍니다. 도움을 주기 위해 차를 세웠으니, 그들은 그에 걸맞은 보상을 얻어 가는 거죠. 버거킹만이 낼 수 있는 아이디어인 듯합니다.


브랜드가 향하는 방향

우리는 A.I가 인간과의 체스 대결에서 이기고, 바둑 대결에서 이겼을 때 경이로움과 함께 두려움도 같이 느꼈습니다. A.I 때문에 사라질 직업까지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죠. 기술은 언젠가는 발전하고 맙니다. 우리가 인류를 위해 기술의 속도를 늦추거나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방향을 정할 수는 있습니다. 

세계의 화두 또한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여성과 소수자에게 관심을 뒀습니다. 가장 많은 상을 수상한 Shape of Water는 ‘괴물’일 수 있는 존재와 인간의 사랑을 다룹니다. 외모가 다르다고 해서, 나와 다르다고 해서 사랑을 나눌 수 없거나 받을 수 없는 존재가 돼서는 안 된다고 얘기하고 있죠. 전세계 각계 각층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투운동 또한 그동안 제대로 공론화되지 못하고 숨겨졌던 피해자들을 일으켜 세우고 있습니다. 늘 피해자로만 향하던 잣대를 세상을 향하도록 바꾸고 있습니다.


▲맥비티, ‘The Crane Driver’ (출처 : 맥비티 유튜브)

영국의 비스킷 브랜드 맥비티의 따뜻한 광고는 그래서 더 좋습니다. 비스킷 광고 하나에도 좋은 울림을 담았으니까요. 홀로 일할 수 밖에 없는 크레인 기사와 동료들의 우정.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광고는 여느 영화 못지 않게 따뜻합니다. 

유치하더라도, 스토리의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결국 해피엔딩을 바라게 됩니다. 아무리 첨단 기술일지라도 사람과 떨어져서는 어떤 의미도 가질 수 없습니다. 그러니 사람이 행복한 방향으로 향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이야기죠.


Posted by HSAD